빈센트 반 고흐가 1888년에 그린 '원대한 꿈을 꾸는 한 친구화가의 초상화' Eugene Boch 외젠 보흐의 초상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강렬한 붓놀림과 선명한 색채,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는 예술가였습니다.
그의 그림은 단순히 사물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내면과 그가 느낀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그중에서도 1888년에 그린 ‘외젠 보흐의 초상 (Portrait of Eugène Boch)’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의 눈을 통해 친구 화가인 외젠 보흐(Eugène Boch)를 ‘꿈꾸는 사람’, ‘원대한 이상을 품은 예술가’로 그려냈습니다.
그가 이 초상화를 어떻게 완성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그림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1. 외젠 보흐 Eugène Boch 그가 누구였나?
고흐보다 2살 어린 Eugène Boch (1855 – 1941)는 벨기에 출신으로 그릇, 도기 등으로 富를 이룬 Boch家의 5대손으로 태어나 누나인 안나 보흐 Anna Boch와 같이 화가가 되어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미술품을 수집 하였답니다.
그의 누나인 안나 보흐도 유명한 화가였지만, 안나 보흐는 인상주의를 후원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안나 보흐는 빈센트 반 고흐 살아생전에 유일하게 팔린 작품인 “붉은 포도밭”을 구입했답니다. 그런 안나 보흐의 남동생이 바로 외젠 보흐인 것이죠.
외젠은 빈센트 반 고흐와 특별한 인연을 맺으며,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외젠 보흐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폭풍처럼 격렬한 내면을 가진 인물이었다면, 외젠은 그의 반대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가 품은 예술에 대한 열정과 이상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빈센트는 이러한 외젠을 깊이 존중하고, 그를 진정한 예술가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초상화는 단순한 얼굴의 묘사 이상으로, 친구의 예술적 영혼을 그려내려는 빈센트의 시도였어요.

2. 아를에서의 만남 : 예술적 동지
1888년, 빈센트 반 고흐는 프랑스 남부의 아를(Arles)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아를에 처음 도착한 빈센트는 맥나잇이라는 미국인 화가를 만나게 되는데 그 맥나잇이 소개해준 화가가 바로 외젠 보흐였습니다.
이 시기는 빈센트가 예술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전환점을 맞이한 시기였죠. 외젠 보흐와의 만남도 그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두 사람은 예술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꿈과 이상을 공유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그 시기에 예술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 유명한 ‘노란 집’에서 다른 화가들과 함께 살며 작업하길 원했죠.
그는 고갱(Paul Gauguin)을 비롯한 여러 화가들과의 공동 생활을 꿈꾸었지만, 생각만큼 쉽게 풀리진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외젠 보흐와의 만남은 빈센트에게 위로가 되었고, 동시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외젠 역시 빈센트의 열정과 비전을 존경하며 그를 지지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것은 외젠 보흐의 특이한 외모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빈센트는 이 그림을 구상하면서 동생 테오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냈답니다.
“원대한 꿈을 꾸는 한 친구화가의 초상화를 그려볼까 해!
인물과 밤의 느낌이 詩的으로 어우러져있는 이 그림에는 내가 이 친구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
화려한 청색 바탕 위에서 금발의 두상이 환하게 빛나고 있는 느낌이라 까만 하늘에서 별이 빛나는 것 같은 신비로운 효과를 자아내지…”

3. 색채의 마법 : 외젠 보흐의 초상에서 발견되는 상징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서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그의 그림에서는 색 하나하나가 감정과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외젠 보흐의 초상”에서 빈센트는 색채를 통해 외젠의 영혼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이 그림에서 외젠 보흐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의 눈은 깊은 사색에 잠겨 있으며,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빈센트는 외젠의 얼굴을 부드러운 붓터치로 그렸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배경입니다. 배경은 단순한 벽이나 풍경이 아닙니다. 그것은 푸르고 깊은 하늘이며, 별들이 반짝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마치 우주를 배경으로 선 외젠의 모습은 그가 품은 꿈과 이상이 얼마나 원대하고 고결한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외젠을 단순한 친구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외젠을 ‘꿈꾸는 자’로, 원대한 이상을 지닌 예술가로 표현했습니다.
이 그림은 단순한 초상화를 넘어선, 외젠 보흐에 대한 찬사였습니다.
빈센트는 외젠이 자신과 같은 예술적 열정을 지닌 동지로 느껴졌고, 이 그림을 통해 그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4. 상징적 표현과 비유 : 별을 꿈꾸는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가 이 초상화에서 사용한 색채와 배경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외젠 보흐의 뒤편에 펼쳐진 푸른 배경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그곳은 하늘이며, 어두운 밤하늘에서 별들이 반짝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별들은 꿈과 이상을 상징합니다. 빈센트가 그의 친구 외젠에게 품었던 기대와 존경이 이 별들 속에 담겨 있는 것이죠.
이 그림을 통해 빈센트는 외젠이 단순히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밤하늘의 별을 향해 손을 뻗는 예술가임을 강조합니다.
그의 눈에는 현실을 뛰어넘는 이상이 담겨 있으며, 그는 그 별들을 붙잡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존재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이토록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의 예술적 신념을 드러내는 동시에, 친구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는 예술가가 가져야 할 이상을 중요시했으며, 외젠 보흐는 그런 점에서 빈센트가 꿈꾸는 예술가의 이상적인 모델이었습니다.

5. 빈센트 반 고흐의 감정과 초상화에 담긴 메시지
이 초상화는 단순한 친구에 대한 찬사 이상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외젠 보흐를 그리며, 자신이 지닌 예술에 대한 이상과 꿈을 다시금 돌아보았을 것입니다.
이 초상화는 외젠에 대한 존경의 표시일 뿐 아니라, 빈센트 자신이 지닌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희망이 함께 담겨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외젠 보흐를 그리면서 자신의 내면을 투영했습니다.
그의 내면에는 언제나 충돌하는 두 가지 감정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예술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이상,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를 둘러싼 현실과의 괴리감이었습니다.
빈센트는 늘 예술가로서의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세상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외젠 보흐처럼 그와 같은 이상을 가진 친구가 곁에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큰 위로와 영감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 초상화는 그가 품었던 꿈과 이상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빈센트는 외젠을 통해, 그리고 이 초상화를 통해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길을 다시금 확신하게 된 것 같습니다.

6. 작품이 남긴 여운 : 예술적 고뇌와 이상, 그리고 친구
빈센트 반 고흐의 “외젠 보흐의 초상”은 단순한 초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 그림은 예술가로서의 외젠 보흐에 대한 존경과 함께, 빈센트 자신이 지닌 예술적 이상을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단순한 기술이나 표현의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였고,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친구이자 예술적 동지로서의 외젠을 그리며, 그 속에 자신의 예술적 고뇌와 이상을 담았습니다.
빈센트는 외젠 보흐의 초상을 그리고 제목을 ‘The Poet.’이라 붙였습니다.
빈센트는 외젠 보흐의 초상화를 아를의 자신의 방 침대 옆에 걸어놓았습니다.
빈센트가 사망한 후 동생 테오도 곧 사망하고 외젠 보흐의 초상화를 관리하던 테오의 아내 요한나 봉허 Johanna Gezina van Gogh-Bonger, (1862년 ~ 1925년)는 1891년 외젠 보흐에게 “두 형제의 각별한 유품으로 두 형제에 대한 당신의 애정에 대한 답례이길 바랍니다.” 라는 편지와 함께 무상으로 보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30여 년간 외젠 보흐의 침실에 걸려 있다가 그의 사망 후 루브르에 유증되었답니다. (루브르에 있다가 지금은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있답니다.)

7. 맺음말 : 까만 하늘에 별이 빛나는 것처럼
외젠 보흐도 매우 수줍은 성격이었답니다. 너무 수집어해서 빈센트 반 고흐처럼 당대에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고 인정받지도 못했습니다.
외젠 보흐는 일생 동안 빈센트가 점점 유명해지며 세계적인 화가가 되는 것을 보는 것이 삶의 낙이었답니다.
외젠 보흐…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51년 전에 죽은 고흐에게 돌려줌으로서… ‘까만 하늘에 별이 빛나는 것처럼 (like a star in the deep azure..)’
자신을 아름답게 그려 준 고흐에게 돌려주기 위해… 루브르에 유증함으로서… 외젠 보흐 자신도 死後에 유명하게 된 것이랍니다.
이 초상화는 우리에게 단순한 초상화를 넘어,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예술가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리고 그 꿈은 어디로 향하는가?
빈센트는 이 그림을 통해 예술가의 이상이 별처럼 빛나는 밤하늘로 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별을 바라보며 꿈꾸는 자의 초상. 그것이 바로 빈센트 반 고흐가 우리에게 남긴 ‘외젠 보흐의 초상’입니다.

